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인데도 「살목지」는 끝까지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.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방식보다 저수지라는 공간 자체가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. 특히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검고 깊은 물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.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외진 물가도 한동안은 괜히 신경 쓰일 것 같았습니다.공간 공포 : 산골짜기 저수지, 왜 처음부터 다른 느낌이었나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. 무서운 장면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그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. 그래서 「살목지」도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습니다. 그런데 초반부터 분위기가 생각보다 묘했습니다.영화의 배경은 기이한 소문과 실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저수지 살목지입니다. 로드뷰에 촬영한..
왕이 밥을 안 먹는다는 게, 단순한 까다로움처럼 보였습니다. 그런데 극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무게감 있는 장면이었는지 뒤늦게 실감했습니다. 영화 「왕과 사는 남자」는 계유정난(癸酉靖難) — 1453년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정치 쿠데타 — 이후 폐위된 단종 이홍위가 청령포에서 보낸 약 4개월의 유배 생활을 그린 작품입니다. 비극의 왕이 어떻게 밥 한 그릇 때문에 사람으로 돌아오는지,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.밥상이 바꾼 것들 — 단종과 광천골의 거리권력을 잃은 왕이 가장 먼저 잃는 것은 뭘까요.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게 '신하'나 '영토'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, 아니 직접 극장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그게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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